[시 당선작] 베인 꿈
베인 꿈
박한샘(시각디자인)
너의 마지막 배려였는지
증오의 외침이었는지 아직도 모른다.
적지 못한 문장들을 베고 누우면
꿈의 한 결이 되고
조각보를 만드는 손길과
맥락이 상통하는 이별.
수많은 쉼표를 지나온 끝에
미루고 미루다 끝내 찍는
마침표.
나뭇가지같이 뻗어가는 외로움과
아침같은 공허함을 맨손으로 베고
난파한 감정의 날렵한 잔재들에
다친 꿈을 베고 잠을 청한다.
베개를 베고 잘 때도
무언가를 계속 베어야 잠들 수 있다.
지난여름 휴대폰이 고장 났습니다. 휴대폰에 적은 시와 메모 300여 장이 모두 사라졌고 그때부터 종이에 적는 습관을 들였습니다. 베인 꿈은 꿈을 꿀 때마다 적은 메모들에서 자주 등장하는 시상과 감정들을 바탕으로 적은 시입니다. 우리는 휴대폰이 고장 나는 일처럼 예기치 못한 일들로 무언가를 잃어버릴 때가 있습니다. 수상 소식을 듣고 그 슬픔을 이겨내기 위한 마음에 다른 분들도 공감해주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시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