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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사회

제 671 호 계속되는 산업재해, 근본적인 문제해결 필요

  • 작성일 2019-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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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7283
이희수

우리 사회에서는 빈번하게 산업재해가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그때마다 개인에게 책임을 돌리고, 부조리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미흡했다.

왜 노동자를 위한 정책은 근본적인 변화가 없었는지 알아보자.

‘죽음의 외주화’, 목숨 위협받는 청년 노동자들

2013년 1월 성수역, 2015년 8월 강남역에서 두 명의 수리공이 스크린도어를 정비하다가 전동차에 치여 사망했다. 그리고 2016년 5월 서울 지하철 구의역에서 똑같은 이유로 하청업체 소속 김 군이 전동차에 치여 사망한 사건이 일어났다.
이 사건은 공사의 무리한 외주화로 인해 산업안전보건법이 지켜질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발생한 구조적인 문제였다.
서울시 구의역 사고 진상규명위원회가 작성한 사고 조사 보고서를 보면 원청인 서울메트로가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4~6명의 하청업체 직원에게 48개 역을 담당하게 해 근무 안전수칙인 2인1조 작업을 불가능한 상태로 내몬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문제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변화는 없었다. 구의역 사고 당시 하청업체였던 은성PSD는 사고 6개월여 만에 한국철도공사의 스크린도어 입찰에 성공했다.
2018년 12월 10일 밤에는 한국발전기술 소속의 24세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가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태안화력 석탄이송 컨베이어벨트 기계에 끼어 사망한 사고가 났다.
이 사건 또한 앞에서 언급한 사건들과 다르지 않았다. 하청업체의 무리한 가격 경쟁으로 비용 절감이 필요했고 그것이 인력 절감으로 이어졌다. 그래서 2인 1조로 일하는 안전수칙은 지켜지지 않았고 혼자서 일하던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는 무리한 일을 하다가 사망했다. 실제로 고(故) 김용균 노동자가 일했던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적발 사항이 1029건에 달했다. 이 산업안전보건법이 잘 지켜지기만 했더라도 김용균씨의 현재는 달랐을 지도 모른다. 이 사건들은 우연한 일치가 아니다.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인 ‘위험한 외주화’와 ‘법의 무력화’는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었다.
이 사건들이 발생한 후 산업안전보건법이 28년 만에 개정되었다. 하지만 이 대안은 본질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보건법이 강화된다고 해도 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면, 그리고 위험한 외주화의 구조가 변하지 않는다면 또 다른 피해가 일어날 수 있다. 문제점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데도 왜 이러한 구조가 지속되고 있는 것일까?

출처 : 주간동아

죽음의 책임은 누구에게

우리나라에서는 산업재해가 사회문제로 치환되기 어렵다. 실제로 하루 5~6명이 일하다 사망하는 곳이 한국이다. 하지만 이런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대부분의 회사는 그 원인으로 노동자 개인 책임을 언급하고, 유족 또한 그렇게 생각한다. 고인의 죽음을 운명적 시선으로 보고 개인의 잘못으로 돌리게 된다.
또한 사람들은 회사를 한국정서상 ‘한가족’이라고 생각하기에 문제제기를 꺼린다. 산재 사망의 특성을 ‘사고’로 제한하려는 성향이 크다는 점도 산재가 사회문제로 치환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이다. 사고로 치부해버리면 안전설비를 제대로 하는 것으로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지만 구조적인 문제는 건드리려면 정치적인 문제로 넘어가야한다. 근본적인 문제인 구조를 변화시켜야하는데 많은 사람들은 정치적으로 이 문제가 넘어가는 것을 꺼려한다.
비정규직 고용이 안전문제를 증가시킨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지만 한국 사회 시스템을 돌아가게 하는 기저에는 비정규직 사용이 큰 역할을 하고 있고 그것을 부정하기 어렵다는 정서가 깔려있어 사람들은 이 명제를 일반화 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사후 보완식의 해결책이 진행되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노동자다

하지만 노동자의 일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는 흔히 특성화고, 전문대를 졸업해서 일을 하는 사람들을 노동자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불로소득자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회사에 종속된 노동자이며 구조적인 착취를 당하고 있다. 철도 그리고 화력발전소 등의 노동자의 착취와 죽음은 한정된 노동 현장에서 일어나는 특수적인 상황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모든 노동자는 공장부속품처럼 다뤄지며 누구나 ‘죽을 위험’이 있다.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의 문제 해결을 하는 모습을 바로잡아야한다.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뿐 아니라 외주화와 같은 구조적 문제의 대안이 필요하다. 또한 노사정위원회를 활성화하고 근로감독관을 더 많이 두고, 프랑스 독일처럼 노동교육을 통해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해야한다. 그래서 우리 사회가 노동자의 안전이 보장된 나라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