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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사회

제 712 호 스토킹, 이제는 끝내야 할 범죄

  • 작성일 2022-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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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9131
김상범

스토킹, 이제는 끝내야 할 범죄



  지난 9월 14일, 서울 지하철 신당역에서 역사 직원이 살해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이유는 다름 아닌 스토킹 때문이다. 밝혀진 바에 따르면 가해자는 2019년부터 3년 동안 피해자에게 300여 건의 전화와 문자를 보내는 등 스토킹 행위를 지속해왔고, 피해자는 스토킹과 불법 촬영물 등의 혐의로 가해자를 고소한 상태였다. 이번 사건의 파문이 커진 이유는 ‘스토킹 피해자에 대한 보호 수단은 충분하고 그 조치는 제대로 이루어졌는가?’이다. 기사에서는 다음 내용을 통해 스토킹과 스토킹 범죄 처벌 법률을 확인하고 논의 및 점검하는 시간을 가진다.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추모 공간 (출처: http://www.sisa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247254)


스토킹과 범죄 처벌 실태


  스토킹은 상대방 의사와 상관없이 의도적으로 계속 따라다니면서 정신적·신체적 피해를 입히는 행동을 말한다. 대한민국에서 스토킹 처벌법은 1999년 처음 국회에 발의되었으나, 구애 행동과 괴롭힘의 명확하지 않은 구분이라는 이유로 주시받지 못하다가 ‘노원 세 모녀 살인사건’을 등에 업고 2021년 3월 통과된 바 있다. 이후로 그동안 경범죄나 주거침입죄 등의 상대적으로 가벼운 죄로 처벌되던 스토킹 행위 처벌법이 본격적으로 스토킹 범죄의 예방을 위해 시행되기 시작하였다.

  경찰청은 법이 시행된 2021년부터 올해 6월까지만 2만2721건의 스토킹 신고가 접수되었다고 알렸다. 8월 16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 1월부터 6월까지 경찰에 접수된 피해 신고는 총 1만 4,271건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접수된 신고 건수(3,494건)의 약 4.1배의 수치이다. 즉 하루 평균 약 60건의 신고가 행해진다는 것이고 실제로 접수되지 않은 피해 건수는 이보다 더 많은 것으로 전망된다. 불법 촬영 관련 신고도 3,240건을 기록해 전년 동기 (2,140건)에 비해 1.5배 증가했다. 재신고율은 7,772건으로, 이 중 81%는 ‘현장 종결’되었다. 구속률은 4.8%로 검찰로의 이관 사건 3,182건 중 154건만 구속이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위 통계 내용을 해석해보면, 경찰의 현장 대응력이 제도적으로 미비하다는 점과 스토킹 범죄에 연계된 다른 범죄에 대한 예방 능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피해자가 보통 스토킹 범죄를 신고하는 이유는 ‘완전한 격리와 확실한 처벌’을 위해서이다. 스토킹은 초기 단계에서 저지하지 않으면 보복 범죄나 폭행, 감금, 성폭력 등의 또 다른 강력범죄로 전향할 가능성이 큰 범죄이므로, 무엇보다 빠른 대응과 조치를 우선으로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스토킹 범죄,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경찰은 스마트워치 6,300대를 추가 보급하고, 스토킹 전담 경찰관을 15% 늘리는 등의 대책 마련에 나섰다. 경찰은 위치 확인 속도와 정확도가 향상된 스마트워치 6,300대를 추가 보급하는 방안과 고위험 피해자의 보호 공백을 없애기 위해 민간 경호를 제공하거나 안전 숙소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스토킹 전담 경찰관을 150명에서 175명으로 늘릴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한 경찰은 스토킹 범죄 가해자의 재발 위험성을 진단해 긴급 응급조치 여부를 판단하는 ‘조사표'를 개선하기로 하였다. 재범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경찰이 직권으로 가해자에게 긴급 응급조치를 취할 수 있으며 가해자가 피해자로부터 100m 이내에 접근하지 못하게 하고 통신 연락도 금지할 수 있다고 한다.

  앞서 언급했던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과 같이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서 형사처벌이 강화되었음에도 스토킹과 그에 따른 보복 범죄까지 빈번하게 일어나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대검찰청에 스토킹 범죄에 대한 엄정 대응을 지시했다. 이와 관련된 내용으로는 스토킹 사건 발생 초기부터 피해자에 대한 위해 요소를 철저히 수사하고, 가해자에 대한 접근 금지, 구금장소 유치 등 신속한 잠정조치와 구속영장을 적극적으로 청구하는 등의 방안들이 담겨있다. 또한 과거(2021) 법무부가 반의사불벌죄 폐지 법률안에 대하여 사실상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한 바가 있으나, 앞으로는 정부 입법을 통해 적극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하였다.‘반의사불벌죄’란 피해자가 처벌을 희망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명백히 밝힌 때에는 처벌할 수 없는 죄다. 이 죄는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의 관계 유지를 목적으로 제정되었으나, 가해자 측이 합의를 강요하는 등의 2차 스토킹 범죄나 보복 범죄를 저지르는 문제점이 대두되고 이어 수사기관이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를 무조건 수용하면서 법의 한계점이 드러나는 실정이었다.이를 방지하고자 법무부는 반의사불벌죄로 규정되어 있는 현 스토킹 처벌법에서 반의사불벌죄 폐지를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현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로 스토킹에 관한 처벌법 개정을 추진하듯이 경찰도 여성 대상 스토킹 범죄 신고 건수가 증가함에 따라 범죄 예방과 피해자 보호를 위한 다양한 대응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늘날의 범죄 유형, 디지털 스토킹


  스토킹(stalking)이란 ‘은밀히 다가서다, 몰래 추적하다’의 뜻에서 파생된 용어로 타인으로 하여금 위험을 느끼게 할 정도로 남을 쫓아 다니는 것을 말한다. 이는 범죄의 한 종류로써 물리적으로 남을 쫓거나 따라가는 것뿐만 아니라 전화, 이메일, 편지 등을 보내 괴롭히는 등의 전반적인 것들이 포함된다. 이처럼 이동통신×대화방 등의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스토킹을 특별히 ‘사이버 스토킹’(cyber stalking)이라고 한다.

  최근에는 디지털 시대에 도래하면서 사이버 스토킹도 적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휴대전화는 기본이며 각종 SNS, 온라인 게임 채팅 등의 형태와 심지어는 피해자의 신상 정보를 이용하여 인터넷 사이트를 가입하거나 불법 공유를 일삼는 형태로 변모하면서 스토킹 범죄의 유형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제 사진을 특정 사이트에 유포하겠다고 저를 협박했어요. 그 사람은 제 친언니에게까지도 SNS로 계속 메시지를 보내며 협박을 이어 갔고요.”

“아예 도움을 요청할 수가 없었어요. 누가 가해자인지도 애초에 알 수가 없었고… 그러니까 법적으로 대응한다거나 신고해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죠.”


▲디지털 스토킹 피해자의 발언.(출처: 한겨레 https://www.hani.co.kr/arti/society/women/991113.html)


  이처럼 20대 여성들이 겪은 온라인(디지털) 스토킹 피해 사례들이 다수 존재한다. 피해 유형은 개인정보와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이상한 글과 사진을 전송하는 가장 흔한 것부터 시작해 피해자 사칭 등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가 매우 넓다. 보통의 스토킹과는 달리 가해자가 누구인지 특징짓기 어려워 일상을 두려움에 떨며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내가 모르는 곳에서 누군가가 계속 지켜보며 촬영한 사진을 도용해 협박하고 해칠지도 모른다는 불안 속에 집 밖으로 나가지조차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온라인 세계의 삶에서도 위협을 받게 되어버린 것이다.


온라인 스토킹 피해 실태 조사 결과 (출처: 한겨레 https://www.hani.co.kr/arti/society/women/991113.html)


  2021년 한국여성정치연구소에서 실시한 온라인(디지털) 스토킹 피해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 여성 응답자 903명 중 715명(79.2%)이 온라인 스토킹을 경험해 본 적이 있다고 답하였다. 개인정보를 알아내 저장(56.8%), 사생활 염탐(56.4%), 원치 않는 글 또는 이미지 전송(54%) 등의 온라인 스토킹을 경험했다는 응답자가 절반을 넘어 그 주를 이루었다.


  위 통계에서 알 수 있는 점은 알 수 없는 온라인 유저들이 SNS 계정이나 메신저 등을 통해 개인정보를 캐내고, 원치 않는 글과 이미지를 보내는 일이 그만큼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온라인 스토킹의 특성상 가해자를 특징짓기가 어려워 처벌도 힘들뿐더러 2차, 3차로 확대되는 가해의 악순환을 끊어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온라인 스토킹은 가해자의 신원을 파악하는 것부터 힘들어서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 조치하기도 어렵다. 그리고 온라인 스토킹은 일반 스토킹과 다르게 현장에서 직접적인 피해를 찾기 힘들다는 점으로 인해 사람들로부터 인식이 부족한 면이 없지 않아 있다. 온라인 스토킹이 무슨 뜻인지 모르거나 그 용어를 들어보지도 못했다는 의견도 다수이다. 이에 따라 피해자들 그 자신조차도 문제 해결을 위해 애쓰지 않고 그냥그냥 넘어가거나 수사기관이나 상담 기관 또한 온라인 스토킹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탓에 애써 용기 내어 신고한 피해 여성이 발걸음을 돌리는 경우도 상당하다. 현 법망을 교묘하게 피해 가는 온라인 스토킹을 제대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온라인 스토킹 처벌법 제정과 입법 보완이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할 뿐이다.




어떻게 스토킹 범죄를 줄일 수 있을까


  스토킹 범죄는 무엇보다 피해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범죄이다. 특정 대상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범죄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물리적인 거리 제한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윤리 교육의 필요성도 대두되는 시점이다.

  스토킹 문제를 다룰 때 젠더 문제로 빠지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도 있다. 피해자의 구제가 목표가 되어야 하는 것이지, 성별 간의 대립은 오히려 본질을 흐리며 건강한 논쟁에 혼란을 불러오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스토킹은 한 사람의 삶이 무너질 수 있는 잔혹한 범죄이다. 하루빨리 스토킹 범죄가 줄어들기를 기대한다.


김상범, 양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