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31 호 청년을 위협하는 전세 사기
청년을 위협하는 전세 사기
우리 학교에서 자취하는 학우들을 심심치 않게 만나 볼 수 있다. 자취하고 있거나 할 예정인 학우들이라면 “전세 사기”라는 용어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전세 사기 피해자가 잇달아 나오는 가운데, 지난 2월 28일 전세 사기 피해자 사망 1주기를 맞이하였다. 이번 기사에서는 여러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전세 사기에 대해 다루어보고자 한다.
전세 사기란 무엇인가
우선 전세란, 주택 가격의 일부를 보증금으로 맡기고 빌린 주택에서 거주한 뒤 계약 기간이 끝나면 보증금을 돌려받는 주택 임대차 유형으로 한국에만 존재하는 방식이다. 전세 사기는 이러한 주택 임대차 방식의 허점을 악용한다. 전세 사기 중에서도 최근 가장 문제가 되는 유형은 “깡통 전세”이다.
"깡통 전세”란 가격 형성이 제대로 되지 않은 주택의 가격을 부풀려서 주택의 매매 시세보다 더 높은 전세 보증금의 계약을 체결한 뒤, 보증금을 상환할 능력이 없는 사람으로 집주인을 변경하는 등의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이러면, 주택은 경매로 넘어가게 되고 주택의 경매가가 전세 보증금보다 훨씬 싸기 때문에 세입자는 고스란히 피해를 보게 된다.
“깡통 전세”의 대표적인 예시로, 인천 건축왕 사건이 있다. 인천 미추홀구에 2,700여 채의 주택을 소유하고 있던 건축왕은 전세 보증금을 돌려줄 의사가 없었으며, 세입자들에게 조직적으로 사기 행각을 벌여 161명에게 전세보증금 125억 원을 돌려주지 않았다. 이 사건으로 인해 총 4명의 청년이 극단적 선택을 하였다.
▲ 전세 사기 특별법 개정안 통과 촉구 기자회견 현장 사진 (사진출처:https://www.sedaily.com/NewsView/2D6JL3ELIA)
전세 사기에 대한 피해자가 여럿 생기면서 정부에서도 지원 방안을 마련했다. 지난 3월 10일 ‘전세 사기 피해 임차인 대상 추가 지원방안’을 비롯한 추가 지원은 총 6개이고 그 중 직접적인 혜택 4가지를 정리했다.
-지원 1. 긴급지원주택
전세 사기 피해를 당해 집을 빼앗긴 경우, 정부에서 임시로 ‘긴급지원주택’을 제공한다. 서울에서 인천으로 확대된 긴급지원주택은 ‘전세 사기 피해지원센터’에서 상담 후에 신경 자격조건 검토 후 시세의 30% 수준으로 집을 제공한다. 최대 2년까지 거주가 가능하고 그 사이 집을 구하지 못했어도 ‘공공임대주택’으로 들어 갈 수 있도록 지원해준다.
-지원 2. 무주택자 신분 유지
전세 사기 피해를 당해 불가피하게 해당 집을 낙찰받아 1주택자가 됐더라도 ‘청약 시 무주택자’ 신분을 준다. 만약 청약뿐만 아니라 이전에도 주택을 구매한 경험이 없다면, 다음 집 구매 시 ‘디딤돌대출이나 보금자리론’ 등의 최초 우대혜택도 받을 수 있게 된다.
-지원 3. 금융 대출 지원
긴급지원주택에서 2년을 살고 다른 전세집을 구할 때도 저리대출 서비스를 확대 지원한다. 보증금 3억 이내 집을 가구 당 대출 한도 2.4억까지 빌려주고 금리는 연 1~2%대이다.
-지원 4. 전세 사기피해 지원 신청 간소화
경매절차가 아직 안 끝났어도 보증금 피해만 확실하다면 ‘조건부’ 확인서’를 미리 발급받을 수 있다. 경매 종료 즉시 지원이 가능하고 유효기간도 3개월에서 6개월로 늘어났다.
그렇다면 전세 사기에 미리 대처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주택도시보증공사에서 제공한 대처방안 및 사례에 의하면 14가지의 사례로 알아 볼 수 있지만 여기서는 위험도가 높은 사례 위주로 소개하려고 한다.
집 고를 때 주의해야 할 깡통전세 사기
앞서 설명했던 것처럼 깡통주택이란 임대인의 집이 경매로 넘어갔을 때, 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없게 되는 집을 통틀어 가리킨다. 매매가격의 대다수를 세입자의 보증금과 빚으로 채우고 있는 집이다. 보통 깡통주택을 전세로 내놓는 임대인은 ‘갭투자’(시세차익을 목적으로 주택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액이 적은 집을 고른 후에, 주택을 매입 전후로 바로 전세 세입자를 구하는 것)를 통해 해당 주택을 사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상황에선 ‘갭’마저 은행 대출이기 때문에 임대인 스스로 자유롭게 융통할 수 있는 돈은 거의 없게 된다. 그렇기에 집이 경매에 넘어가게 되면 세입자는 보증금을 떼이고, 경매에 넘어가지 않더라도 제때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을 확률이 높다.
일반적으로 깡통주택은 보증금+대출금의 총합이 집값의 80%를 넘는 집을 의미한다. 그러니 반드시 등기부등본 서류를 통해 이 집에 빚이 얼마나 많은지 확인해야 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KB부동산 등에서 집값 시세를 확인할 수 있다. 보증금이 집값에 맞먹는 수준이라면 최대한 피해야 한다.
전세보증금반환보증에 가입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이란 전세보증금의 반환을 책임져주는 상품이다. 깡통주택을 잘 판별했더라도 집값이 하락하면 깡통주택이 될 수 있다. 때문에 계약 체결 전에 전세보증금반환보증에 가입할 수 있는 주택인지 먼저 따져보고, 계약 체결 후에 가입하면 보증금 미반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임대인 확인하기
임대인이 아닌 사람이 임대인인 것처럼 명의를 도용하는 경우가 있다. ‘가짜 임대인’이 건물을 임대하면서 알아낸 ‘실제 임대인’의 인적사항을 이용하여 자신이 건물주인 것처럼 허위의 전세계약을 한 후 세입자의 보증금을 가로채는 방법이다. 혹은 임대인의 위임장이나 증명서류를 위조해 대리인 행세를 하면서 세입자의 보증금을 가로채기도 한다.
신분증에 쓰여있는 임대인의 인적사항과 등기부등본 상의 임대인의 정보가 일치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때 등기부등본은 본인이 직접 발급받아 확인해야 한다. 등기부등본을 위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리인과 계약을 할 경우에는 임대인의 신분증을 대체할 수 있는 서류(인감도장이 찍힌 위임장, 인감도장을 증명할 인감증명서)를 확인해야한다. 전세보증금을 반드시 임대인 명의의 통장에 지급하되, 임대인 요청으로 대리인 계좌에 입금해야하는 경우에는 ‘특약사항에 임대인의 요청에 의해 대리인 계좌로 입금하게 되었음을 명시’해야만 한다.
신탁회사의 동의 없는 계약도 일어날 수 있다. 신탁이란 임대인이 주택을 비롯한 자신의 부동산을 전문가에게 맡기는 걸 의미한다. 등기부등본 서류에는 표제구, 갑구, 을구가 있다. 이 중 ‘갑구’를 보면 신탁 여부를 바로 알 수 있다. 임대인이 신탁회사에게 신탁 계약을 맺었다는 것이 ‘갑구’에 적혀 있다면, 진짜 소유권은 임대인에게 없다. 신탁 등기가 된 집은 임대인이 반드시 신탁회사의 동의를 받거나, 내가 신탁회사와 계약해야 한다. 부동산의 소유권이 신탁회사에 있기 때문이다. 신탁회사의 동의 없이 계약했을 시, 계약 자체가 무효로 처리된다. 이러한 경우에는 신탁회사의 사전 합의가 있고 이를 증명할 서류가 있더라도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을 통해 절차를 밟거나, 다른 집을 우선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안전하다.
잘못된 계약을 하지 않으려면 등기부등본을 통해 부동산이 신탁되었는지 여부를 확인해야고, 만일 신탁등기가 되어 있다면 ‘신탁원부’라는 서류를 추가적으로 확인해야한다. 신탁원부란 위탁자와 수탁자, 수익자와 신탁관리인의 성명 및 주소, 신탁의 목적, 신탁재산의 관리 방법, 신탁 종료의 사유 등을 포함한 서류이다. 신탁원부는 인터넷으로 발급받을 수 없기 때문에 등기소에서 직접 발급받아야 한다.
계약서 작성할 때
월셋집을 전셋집으로 둔갑시킨 중개사의 사례는 2019년 경기도 안산에서 임대인에게 월세 계약이라고 알리고 세입자와는 전세 계약을 맺은 후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일이 있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선 등록된 공인중개사와 거래해야하고, 부동산 공제증서를 받아야 한다. 등록된 중개업자인지 여부는 ‘국가공간정보포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열람공간에 들어가 부동산 중개업조회 메뉴를 누르면 지역과 사무소 상호, 공인중개사 이름, 전화번호 등을 입력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등록번호를 확인할 수 있다.
개업 중인 공인중개사는 공인중개사법 재30조에 따라 보증보험 및 공제상품에 가입해야 한다. 공인 중개사의 과실이나 고의로 계약자가 금전적 피해를 입었을 때 손해를 보증한다는 내용을 담은 ‘부동산 공제증서’를 발급하게 된다. 공제증서는 중개사고 때문에 벌어진 손해를 배상해줄 때에 쓰인다.
▲ 공제증서 발급 예시 (출처: 안심전세포털 https://www.khug.or.kr)
마지막으로 악성임대인 조회가 2023년 9월 이후로 가능해졌다. 주택도시기금법 제 34조의 5항에 따라 상습 채무불이행자로 지정된 임대인의 명단을 국토교통부 홈페이지 또는 주택도시보증공사 홈페이지 등을 이용하여 공개하는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https://www.molit.go.kr/USR/WPGE0201/m_37180/DTL.jsp(출처:국토교통부)
전월세 세입자로 살면서 매번 집을 구하는 일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늘 어려울 것이다. 전세사기 피해는 30대(48%), 20대(25%), 40대(16%)순에 달한다. 순식간에 신용불량자가 될 위기에 처한 사람들, 그밖에 피해를 당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여러가지 제도와 법률이 계속 마련되기를 바란다.
김현지, 김다엘 기자